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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 김근식 자문위원 - 감정의 남북관계, 이성의 지혜로 풀어야
상생과통일포럼 조회수:864
2014-08-22 15:36:05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 만큼이나 남북관계도 뜨거운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다. 한여름 열대야의 짜증처럼 남북도 감정이 상해 있다. 북한은 기회 날 때마다 박근혜 정부를 괴뢰정부 호전광으로 비난하고 대통령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 안주인의 치맛바람이니 푼수 없이 핏대를 세운다느니 입에 담기 힘든 단어들이다. 박근혜 정부 외에도 북은 중국을 줏대 없는 대국주의자로 맹비난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무더위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공격을 해대고 있다.

한국 역시 북의 거친 비난과 무례한 언사에 대해 즉자적으로 맞대응하면서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와 대화제의를 진정성 없는 처사로 간주하고 일관되게 거부하고 있다. 오랜만의 만남의 기회인 아시안게임마저 감정에 치우쳐 북한을 몰아세우고 있다. 감정에 치우친 남북간 공방전은 지루한 장마처럼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장마비처럼 남과 북은 상대방을 이해하기보다는 최악의 감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집권 2년차 내내 우울한 장마비처럼 남북의 감정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한여름 무더위와 지루한 장마처럼 지금 남북관계는 불쾌지수 최고조 상태다. 상대방이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일촉즉발의 감정 상태인 셈이다. 북의 대남전략과 남의 대북정책 모두 감정과 분노에 충실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도 북에겐 흡수통일 기도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내용인데도 북은 감정적 비난에 머무르고 있다. 상호 비방 중단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북한의 국방위 특별제안도 남에겐 거짓말로 여겨지고 있다.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 방지와 감정적인 상호 비난 중지는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데도 박근혜 정부는 북의 제안을 이성적으로 검토할 수 없는 감정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번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대화 제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악화일로의 감정싸움으로 남북관계가 활로를 찾지 못하고 경색되어 있는 동안 동북아 정세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친구도 없는 각자도생의 국가이익 추구에 여념이 없다. 일본이 북한과 교섭하고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이며 미국이 일본을 두둔하는 복잡한 고차방정식 틈바구니에서 남북관계가 막히면 우리는 외교적 입지가 축소되고 발언권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남북이 감정싸움에 매몰되어 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쳤던 것은 이명박 정부 시기의 경험으로도 충분하다. 정권교체 이후 북은 10.4 정상선언 재검토를 밝힌 이명박 정부에 감정이 상했고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철수시키면서 이명박 정부를 감정적으로 자극했다. 티격태격하던 남북은 박왕자씨 사망사건으로 서로를 용서치 못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되었다. 집권 2년차 후반기에 북이 현정은 회장 방북 이후 잇따른 유화조치에 나서고 김대중 전대통령 조문특사가 서울에 오면서 남북정상회담 논의까지 이르렀으나 이미 감정이 상한 양측은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관광 중단 고집과 북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로 회복불능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2011년 뒤늦게 이명박 정부가 류우익 장관을 내세워 방법론적 유연성으로 접근했지만 북한의 감정은 돌이키기 힘들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남북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감정만 악화되었던 것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도 2년차 후반기에 들어섰다. 남북관계의 중대기로인 셈이다. 이미 감정싸움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 비하면 실낱같은 희망의 끈은 남아 있다. 작년 핵실험과 전쟁위기 고조의 최악의 대치국면에서도 김정은 체제와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7차례나 지속하면서 그나마 회생의 불씨를 살렸다. 금년에도 대화제의는 엇박자를 내고 있지만 청와대와 국방위의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면서 한미훈련기간에도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켰다. 경색국면에서도 남북이 최소한의 신뢰형성의 경험은 교환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으로 여전히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 하고 북한 역시 북남관계 개선에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서로 처음 상대하면 감정일 쉽게 상할 수 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섣부른 기싸움으로 쉬이 감정이 상하게 된다. 그러나 감정에 의존해서 남북관계를 이끌어간다면 결코 남북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올바른 남북관계 정상화도 어렵다. 외교안보 분야만큼 감정을 자제하고 냉정한 현실인식에 토대해야 함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이제라도 늦기 전에 상처난 감정을 다독이고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남북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 북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 동안 대남 비난과 미사일 발사 등의 무력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역시 북이 모처럼 참여 의사를 밝힌 아시안게임을 수용해서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통준위 출범과 더불어 관계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악화일로의 감정을 추스릴 수 있다면 이제 감정이 아닌 이성의 지혜를 발휘해서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금년 들어 남북이 공히 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히면서도 감정싸움만 했던 것은 각각의 대화접근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북은 1월과 6월의 국방위 제안을 통해 정치군사적 의제를 다루자는 반면 우리는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경협과 사회문화 교류의 기능주의적 접근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양측의 차이를 절충할 수 있는 합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군사적 의제와 경제사회적 이슈를 동시에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의한다면 그거야말로 감정 아닌 이성의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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