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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 김근식 자문위원,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8.15 경축사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834
2014-07-21 11:27:00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과 8.15 경축사

김근식(포럼 자문위원, 경남대 교수, 정치학)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한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졌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성숙한’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한중 FTA 연내 타결과 원-위안화 직거래 합의 등 경제적 협력이 더욱 강화되었고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와 위안부 문제 등 역사인식에 대해서도 한중 정상은 공동의 강력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한중정상회담에서 우리가 희망했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진전된 입장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핵개발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합의는 북한 핵이라고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북핵과 더불어 한국의 핵주권과 핵우산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의 중국 입장에서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중국을 견인해내지 못하는 한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모습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여전히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전략적 이유가 없고 북핵 포기를 위해 북한을 더 압박할 생각이 없다. 중국은 그대로인 채 한국이 중국에 다가가는 모습은 최근 미일의 밀월관계와 겹치면서 더더욱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어렵게 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를 적극 지지하고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묵인하는 미국의 입장은 중국에 가까워지는 한국에게 불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활짝 웃는 시진핑 주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 사진이, 오래된 친구임을 과시하는 헤이글 국방 장관과 일본 방위상의 워싱턴 사진과 대조되면서 한국의 어려운 처지를 실감케 한다.

  미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본을 편들고 끌어들이고 마찬가지로 중국도 자신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위해 한국을 견인하고 끌어들이는 형국에서 과연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국에 너무 다가가서도, 미국과 너무 척을 져서도, 일본과 너무 오랫동안 등을 돌려도 결과는 항상 손해일 뿐이다. 미중의 경쟁관계에서 중일의 갈등사이에서 한국이 현명한 외교적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결국 남북관계의 주도권이다.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고유한 카드를 놓치고 있는 한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불가불 중국에 부탁하고 의존해야 한다.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지렛대를 갖고 있지 못하면 결국 미국에게 북핵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권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은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에 맞서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미국 역시 국방비 삭감에 따른 미일 군사동맹 일체화를 위해서는 북핵문제의 현상유지가 그리 나쁠 게 없고 한국이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이유가 없다. 그 와중에 북한과 일본은 각자 이익을 위해 납치자 재조사와 대북 제재 해제를 교환하면서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북핵문제의 해결과 장기적으로 북한문제의 해결까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과 개입력은 한중관계 강화와 한미동맹 유지만으로는 온전히 확보되지 않는다. 남북관계를 통한 우리의 대북 영향력과 지렛대가 필요충분조건이다. 박근혜 정부 2년차에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지속하고 있음은 그래서 외교적으로 우리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실 남북관계 개선은 남이나 북이나 공히 원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도 금년 들어 신년사와 이산가족 상봉 수용 등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심지어 청와대 안보실과 통전부 사이의 고위급 접촉을 북이 먼저 제안해서 성사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고 특히 통일 대박론을 화두로 드레스덴 선언에서는 인도적 문제와 대북 민생 인프라 구축 및 민족의 동질성 회복 등 다방면의 대북 협력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북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엇박자가 나는 것은 아직 상호 신뢰를 확인할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못한 탓이다. 북은 드레스덴 선언을 맹비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거론하고 있고 연이은 방사포와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무력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역시 북에 대해 감정이 상한 채로 북의 제안을 일절 거부하면서 진정성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서로 자기 손을 내밀고 있지만 상대방의 손을 맞잡지는 않는 형국이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집권 2년차를 넘어서도 남북관계에 전기가 마련되지 못하면 임기 내내 경색과 대결의 남북관계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년차인 2009년 하반기에 북이 내밀었던 유화의 손길을 걷어차면서 결국 2010년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관계는 영영 문을 닫고 말았다. 

  최근 정세는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상황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5.24 조치 이후 꽉 막혔던 대북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가 박근혜 정부에 의해 승인되었다. 남북관계 개선의 제도적 걸림돌인 5.24 조치의 우회적 접근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통일준비위원회 출범과 함께 통일부와 청와대라는 정부의 경직성을 넘어 유연하고 폭넓은 민간위원들의 남북관계 개선 건의가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게 되었다. 북한 역시 인천 아시안 게임에 선수단과 함께 응원단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북한 양궁 선수단은 인천에서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감정적 접근이 아니라 대범하게 북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성사시켜야 한다. 모처럼 마련된 만남의 장을 대결의 장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중단되었던 인적 교류가 재개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아울러 인천에서 남과 북이 어울려 공동입장과 공동응원을 하게 되면 오랜만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환경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이 상호 신뢰를 확인할 만한 조그마한 계기가 마련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독자적 지렛대 확보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대북 제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의 신뢰형성을 위한 전향적인 대북 제의를 담아야 한다. 

  지금 남북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이른바 대화 접근방법의 차이를 현명하게 절충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은 잇따른 국방위 제안을 통해 정치 군사적 의제를 제의하는 반면 박근혜 정부는 드레스덴 선언을 통해 경제 사회문화적 이슈를 협력의 아젠다로 제안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군사적 접근과 한국의 사회경제적 접근을 동시에 아우르는 남북 당국간 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금년 2월에 청와대 안보실과 통일전선부 사이의 고위급 접촉이 개최된 바 있고 특히 합의문에서 고위급 회담을 계속하기로 한 만큼 북한의 국방위 제안과 우리의 드레스덴 구상을 함께 논의하는 후속 고위급 회담을 박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북한에 제의한다면 서로 엇박자만 냈던 남북의 관계 개선 노력이 손을 맞잡고 경쾌한 박수소리를 내지 않을까? 8.15 경축사가 모쪼록 남북관계 개선의 분기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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