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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2014년 대한민국의 끔찍한 겨울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806
2014-12-07 18:23:00

생시몽(Saint Simon)의 <회고록>은 루이 14세 시대 궁정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술한 역사적 증거물로 남아있다. 그 자신이 들어가 생활했던 궁정은 생시몽의 눈에는 허영과 위선, 그리고 시기와 거짓이 판치는 권력암투의 장소였다. 루이 14세의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는 파벌간의 암투가 극심했고 그들에게 둘러싸인 왕은 점차 무기력해졌다. 태양왕으로 불리웠던 절대권력자 루이 14세는 그래도 뛰어난 통치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아왔지만, 생시몽의 눈에 비친 왕은 허울 뿐인 존재였다. 그래서 “루이 14세의 긴 치세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2014년 대한민국 청와대로 시선을 옮겨보자. 대한민국의 궁정격인 청와대도 모함과 거짓이 판치는 권력암투의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정윤회 씨와 문고리 3인방이 전횡을 일삼아왔다는 증언과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거나 혹은 입을 닫아버렸지만 폭로되는 내용들은 대단히 구체적이다. 그들의 국정개입 혹은 전횡을 지적했던 보고서를 작성했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응천- 박관천 두 사람은 거꾸로 청와대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에 이어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검찰-경찰-국정원 출신 사정요원 19명이 동시에 교체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말 한마디 없는 ‘팩스해고’ 방식으로 말이다. 한때 주목을 받았던 ‘박지만 인맥’의 몰락 또한 그 이후에 전개된다. 이런 것이 암투가 아니면 무엇이 암투란 말인가.

궁정의 담 뒤에 가려져있던 이같은 실상들이 세상에 알려졌건만 모함과 거짓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 국.과장 인사조치에 직접 개입했다고 증언한 유진룡 전 장관을 향해 여당의 친박 실세 정치인은 "이런 분을 장관 임명해서 나라 일을 맡겼느냐"며 “인간됨됨이를 검증해서 장관시켜야 되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일종의 내부고발자를 인간됨됨이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몰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인사개입에 대해, 체육계 비리근절 속도가 미흡하다는 민정수석실 보고에 따라 적폐척결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이고, 이에 유 장관이 적임자로 교체한 것이라는 궁색한 설명을 내놓았다. 진실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전해지지 않는 해명이기에, 이제까지의 거짓을 다시 거짓으로 덮으려는 것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작금의 비선실세 논란과 권력암투설에 대해 박 대통령은 어떠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루머”라는 인식에 변함이 없다면 청와대 안에서 도대체 누구로부터 어떠한 보고를 받고,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 또한 1인에게 집중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권력을 감당하기 어려운 능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그 괴리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포장술이 동원되곤 한다면, 이 또한 ‘박근혜의 치세는 그의 것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생시몽은 <회고록> 말미에서 ‘1709년의 끔찍한 겨울’을 그리고 있다.

“농촌 사람들은 수탈과 비생산적 자산으로 지불불능 상태에 처해 있었다. 상업은 고갈되어 더 이상 아무 것도 생산하지 못하게 되었고 신용과 신뢰도 무너졌다. 이렇게 해서 왕은 공포정치와 무제한적인 권력행사 이외에는 더 이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 놓였다.”

우리가 맞고 있는 겨울은 지금 어떠한가. 민초들은 모두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궁정에서는 권력암투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생시몽이라면 우리의 ‘2014년의 끔찍한 겨울“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우리들의 이 끔직한 겨울은 2014년으로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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