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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명식 기획위원 -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hollyhock 조회수:932
2014-09-01 11:30:36

▲ 사진=청와대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던져준 삶의 명제들 
  
지난 8월 14일 방한하여 닷새간 한국에 머물렀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종교의 경계를 넘어 우리 국민들 가슴에 큰 위로를 주었고 진한 감동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세월호 유족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교황에게 중립을 지켜야 하니 떼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은 아 땅의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교황이 한국에 남긴 메시지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분단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하는 메시지이다. 교황은 14일 한국 땅을 밟자말자 첫마디가 ‘한반도 평화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는 말씀이었다. 교황은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고 말씀하셨다.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하셨다. 한국을 떠나기 전 명동성당에서 가진 마지막 미사에서도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예수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용서야말로 화해에 도달하는 문’이라고 강조하셨다.  
 
둘째는 잘못된 가치와 유혹에 굴하지 말고 맞서 싸워서 인간존엄성을 회복하라고 강조하셨다.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라’고 말씀하셨다.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를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라고 강조하셨다.  
 
셋째는 고통받고 소외된 약자와 서민을 편에서 그들과 함께하라고 말씀하셨다. 성직자들을 향해서는 청빈을 강조했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정치지도자와 관료들을 향해서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 계층 그리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각별히 배려하라’고 강조했다.  
 
하루가 다르게 긴박하게 전개되는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 벌써 교황의 목소리는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이 땅에 남겨진 사람들이 어떤 삶의 좌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가슴 속 깊이 간직해야 할 말씀들이 아닐 수 없다.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경제 민주화와 생애 맞춤형 복지제도 도입 그리고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100%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와 비인간적 경제모델 배척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과 너무나 일맥상통하는 공약들을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제시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들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내놓고 드레스덴 선언도 발표했지만 북한과 대화하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교황이 우리나라를 떠나던 그날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었고 이어 대해 북한은 핵공격 연습이라며 극렬 반발하는 등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9월에 개최되는 아시안 게임에 북한 측이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제의에 대해서도 여러 이유를 붙여 무산시키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 그 어디에도 일흔일곱은 커녕 단 한번이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민주화를 대통령의 국정목표에서 지워버렸고 복지정책 또한 공약을 저버리고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지만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대통령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을 향해 간절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들을 외면한 채 환히 웃는 모습으로 영화와 뮤지칼을 관람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섬짓하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프란치스코 교황과 같은 따뜻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대통령 선거 당시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공약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조차 지나친 것일까.  
 
자신이 공약했던 100% 대통령은 아니라 할지라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인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교황이 남긴 위로와 감동의 크기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서 안타까움과 허탈함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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