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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유창선 자문위원 - 누가 세월호 출구전략을 말하는가?
hollyhock 조회수:668
2014-09-01 11:29:08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중단 이후로 ‘세월호 출구전략’를 거론하는 언론이 부쩍 늘어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증시에선 손절매(損切賣)도 훌륭한 투자라고 한다. 새정치련은 지금이라도 세월호 출구전략을 세워 재기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김종수, ‘세월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 중앙일보> 8월 27일)

여러 종편 채널 등에서는 여야에게 세월호 정국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이 필요함을 주문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언제까지나 세월호 문제에만 붙잡혀있을 수 없으니, 이제 그만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자는 얘기이다.

출구전략이라는 말은 원래 베트남전에서 등장했던 말이다. 197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미국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미군의 희생만 늘어가자,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전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사용했던 전략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요즘은 경제정책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원래는 이렇게 위기나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선택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러면 이제 세월호 출구전략을 이렇게 당당하게 주문해도 되는 지점에 우리가 이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니다. 도대체 4월 16일 이후로 세월호 참사가 부여한 과제들 가운데 제대로 해결한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이윤과 물질을 우선하는 사회를 극복하고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하거나 제시했다는 정부나 정치권의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아무런 고민도 없이 내놓은 국가개조니 적폐척결이니 하는 말들은 아무런 내용도 없는 상투적인 통치구호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이후와 이전의 한국사회가 달라질 것이란 말은 허언이었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거대한 담론들은 우리 사회의 능력이 없으니 제 자리에 있다고 치자. 유가족들의 고통이 아물기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는 현실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참사 원인과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4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승무원과 해경 관련 부분만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행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국가기관과 관련된 책임의 부분은 아직 건드리지도 못한 상황이다. 특별법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유가족들이 원하는대로 넘겨줄 수 없다는 여당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채 막혀있다. 국정조사 역시 청와대라는 성역을 고수하는 여당의 벽을 넘지 못한채 그대로 끝나버리게 되었다. 살릴 수 있었던 3백여 생명을 그대로 수장시켜 버린 국가적 대재앙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나라, 정말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탄식을 낳게하는 수치스러운 광경이다.

김영오씨의 단식 중단 이후 여당이 쌓은 벽은 더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별법 여야 합의안에서 더 이상의 양보는 없으며 유가족들과의 대화는 설득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이 특검 추천과 관련한 추가 절충안을 제시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양보 못하니 하든 말든 알아서들 하라는 얘기이다. 김영오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야당도 장외투쟁을 계속 끌고가기 어려운 상황인지라, 상대방들이 무장해제 되었다고 판단한 여당세력은 다시 강경한 자세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를 입에 담지않은지 오래이며, 이제는 경제회복의 걸림돌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류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런 환경에서 유가족들의 기본적인 요구인, 그리고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책임인 진상규명 작업이 언제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이 1년 후가 될지, 2년 후가 될지, 아니면 정권이 바뀐 이후에나 가능할지, 그것도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기약하기 어렵다.  

아직 우리 사회는 세월호와 관련하여 무엇 하나 제대로 밝히고 정리한 것이 없다. 단지 유가족들의 고단한 싸움, 그리고 수많은 갈등이 있었을 뿐이다. 경제에서 출구전략은 경기침체나 위기가 끝나갈 무렵에 정책을 변경하는 것인데, 그 시점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성급한 출구전략은 더블딥같은 경기침체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세월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무조건 출구전략을 찾는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세월호는 여야의 문제도 아니요,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요, 우리 사회 공동의 문제이다. 그 엄청난 일을 겪고서도 참사가 남긴 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진상조차 밝히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사람이 함께 살 가치가 없는 곳이 될지 모른다. 그러고서 어찌 이 사회가 멀쩡히 고개를 들고 유지되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는 아직도 입구에서 헤매고 있다. 아직은 출구전략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 그 말을 입에 담는다면 죽어간 아이들에게 우리가 너무 부끄럽게 된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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