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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식 논설주간 컬럼]민심 외면한 대통령, 남은 임기는 대체 누구를 탓할 것인가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976
2016-05-27 16:56:00

 

협치와 소통이란 민심의 명령을 역행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4.13 총선의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이후 단 한 차례도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청와대와 내각 개편 요구도 수용하지 않았다. 총선 이후 처음 열린 3당지도부 청와대 초청 회의에서 야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한 것도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 회의에서 청문회 개최를 용이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행정부 마비 운운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지난 25일 CBS ‘김현정 뉴스 쇼’가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조사에 의하면 국민 57.6%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찬성은 29.1%에 그쳤다고 한다.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 것은 국회법 개정안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명령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처럼 조성된 여야정의 협치 분위기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파탄이 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19대 국회가 여야 정쟁으로 지새우면서 국정을 발목 잡았다고 지적해 왔지만 20대 국회 개원을 앞둔 시점에서 협치와 소통의 분위기를 저해하는 장본인이 대통령이고 스스로 국회 표결에 참여해놓고 대통령에게는 거부권 행사를 부추기는데 앞장을 섰던 집권여당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대통령이 27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30일 개최될 정기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20대 국회에서 다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 처리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국회 운영에 관한 사항이 대통령이 출국한 상태에서 임시 국무회의까지 소집하는 꼼수를 부리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라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총선이 집권당의 참패로 끝난 이후 대통령의 정국인식이나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결국 누구와도 타협을 하거나 소통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이런 정국인식이 새누리당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던 최경환 전 총리가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고 친박진영이 당 주도권을 그대로 쥐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었던 인물들이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조기 등장한 것 또한 대통령의 이러한 정국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정쟁에서 물러나 경제와 남북문제 등에 집중하기를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주어진 기회를 놓치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런데 국민 다수는 대통령이 심각한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경제주체들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필요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재벌 등 대기업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에 열을 올리면서 노동자들에게는 고통을 전담시켜려 하고 있다고 보인다.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조조정도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서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도록 방치해 왔고 다른 업종들도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도 여전히 실체조차 공허한 창조경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신임을 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초이노믹스가 지나친 대증요법에만 의존하여 오히려 부실을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후임에 다시 똑 같은 정책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유일호 부총리를 임명했다. 청와대에서도 대통령의 집권 3년 동안 경제정책 전반에 관여해 왔던 안종범 경제수석을 정책 조정수석으로 중용했고 총선에서 낙선한 강석훈 전 의원을 경제수석으로 기용하는 등 경제기조에도 전혀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북한은 7차 당대회를 개최하여 핵보유국임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임을 알렸다. 북한은 우리 측에 군사회담을 제시하는 등 대화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선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UN 주도의 대북 제재 국제공조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대화에 응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개성공단 폐쇄 이후 일체의 통신이나 대화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북측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접촉 필요성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헌법과 당 강령에 명시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인다. 그렇지만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미외교나 대중외교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원하는 것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부터라도 여권의 한 진영의 수장이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로서 정쟁에서 한 발 벗어나 경제와 남북관계 등 외교에 전념하기 위해 각계각층으로부터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불통과 국론분열은 막을 수도 있을 것이란 지극히 실현가능성이 낮은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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