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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식 논설주간 칼럼] 수권야당이려 한다면 북한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제시해야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773
2016-05-09 10:23:00


4.13 총선의 결과에 정부의 외교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도 포함되었다고 보아야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었다는 것은 더 이상 되풀이 할 필요가 없는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심판에는 지난 3년,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지율을 뒷받침해 주었던 외교와 안보,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포함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은 첨예한데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거듭하면서 일본에게도 외교적 이니시어티브를 빼앗긴 채, 끌려 다닌 결과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을 거론하고 북방경제와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를 내걸었지만 남북의 현실은 대화채널이 모두 끊어진 채, 강대강의 군사적 대치만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개성공단 마저 폐쇄한 상태에서 정부의 유일한 카드는 국제 공조에 의한 대북 제재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북한은 유엔 주도의 대북 제재조치가 실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7차 당 대회를 개최하여 대내외에 자신들의 건재를 과시하면서 ‘새로운 북한’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조치로 인해 북중간의 경제협력도 예전과 같지 않고 무역거래도 급감한 상태에서 해외에서 북한으로의 송금도 차단되는 등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서 경제가 성장하고 민생이 개선되었다’것은 최근 북한 당 대회를 맞이한 중국 언론들의 보도일 뿐 아니라 최근 여러 경로로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가이다. 이런 보도와 전언들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와 같은 극심한 경제난을 다시 겪을 가능성은 없고 오히려 7차 당 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고 나면 김정은 체제는 더욱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를 총화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앞으로 ‘핵-경제 병진 노선’에 바탕을 두고 장기적인 경제건설의 청사진(5개년 계획 수립), 책임있는 핵보유국가로서의 국제사회 의무 이행(핵 선제 불사용, 핵 이전 및 전파금지), 남북관계의 근본적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당 중앙위 사업 총화 보고에서 조국통일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남북군사회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통일부와 국방부는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개발과 우리를 겨냥한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할 것을 요구해 왔던 미국과 우리 정부가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북한에 대해 입장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미국이 중국의 중재 하에 북미 평화협정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현재 시행 중인 대북정책을 되짚어보면서 당 대회를 거치면서 ‘변화’된 북한이 내놓은 제안들에 대해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지만 과연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7차 당 대회를 거치면서 드러난 북한의 ‘변화’에 대해 과대평가할 이유도 없지만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조차 외면하면서 아무런 정책적인 대비를 하지 못한다면 그런 정부는 지나치게 안이하고 무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남북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현안에 적극 나서야 할 것


지난 4.13 총선에서 아쉬운 대목은 각 정당과 그 정당의 리더들이 국가적 현안에 대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졌는지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장이 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경제 현안에 대해 부분적인 논쟁이 있었지만 국민들에게 피부로 느껴질 만큼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여당 내부의 갈등과 야권의 분열상만 부각된 채, 정책적 차별성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말았다. 현직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총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권을 꿈꾸는 야권의 지도자들이 중요한 국가적 현안에 대해 정책을 제시하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쉽고 부족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를 넘어 국가적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당내문제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부각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을 지닌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고 한발을 뺀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의 정책을 드러낼 기회를 포기하고 말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경우는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서 제3당의 입지를 굳힌 정치적 역량을 과시했지만 어떤 정책적 차별성을 가진 것이지 보여주는 것에 미치지는 못했다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부 3년을 지나면서 민주주의의 후퇴와 민생의 파탄 등 국내적으로도 산적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지만, 파탄 난 남북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적 현안들도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정책기조를 변화시켜 남은 임기 동안 더 뒷걸음만은 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에서 국가를 짊어질 리더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당장은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수습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의 방안이 무엇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동북아 정세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그 속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 열강들과의 관계 설정과 무엇보다 ‘변화’하고 있는 북한과 어떻게 다시 대화의 물꼬를 터고 교류와 협력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을 내세웠지만 기업과 국가의 차이를 망각한 지도자로 인한 폐해를 경험했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국민대통합을 내세웠지만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 아무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지도자로 인한 배신감을 거듭 맞보아야 했던 국민들은 더 이상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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