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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칼럼]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평가와 전망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818
2016-05-13 10:11:00

 북한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평가와 전망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치러진 북한 노동당 7차대회가 종료되었다. 지구상 가장 폐쇄적이고 이상한 나라 북한의 최고 정치행사가 끝남으로써 이젠 김정은 체제의 현재와 미래를 그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그동안 베일에 쌓인 채 예측불가의 위협과 도발을 지속해왔다. 36년만의 당대회 개최를 통해 이젠 사회주의 당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첫 출발을 공식선언한 셈이다. 

이번 당대회의 첫 번째 의미는 김정은 체제가 이른바 ‘정상국가’로의 형식적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체제위기 국면에서 당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붕괴와 김일성 사망, 식량난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북한은 정상적으로 5년에 한번씩 당대회를 열 수 없었다. 1997년 김정일의 총비서 취임도 정식 당대회가 아닌 당대표회에서 추대되었고 2010년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와 2012년 권력승계도 당대표자회를 통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36년만의 정식 당대회 개최는 그동안 북한의 체제위기와 이로 인한 비정상 상황을 마무리하고 사회주의 당국가의 정상화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일차적 의미가 있다. 수십년간 지속된 체제위기 상황과 비정상적 당국가 시스템을 종료하고 이제 김정은 시대는 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정상적 사회주의 국가임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당의 전사회적 영도를 재확인하고 당우위의 국가시스템을 재정비함으로써 과거 위기상황에서 체제를 보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선군’을 내세웠던 비정상 상태를 이제 사회주의 본연의 ‘선당’으로 복원시킨 셈이다.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에서 이제 선당으로 북한을 정상화시킨 것이다.

당사업을 총화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이 지난 시기를 ‘준엄한 투쟁’과 ‘영광스러운 승리’의 연대였다고 강조한 것도 위기상황으로 인해 당대회를 열지 못했지만 이제 결국은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에 토대해서 정상적으로 당대회를 개최한다는 자축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불어닥친 엄혹한 체제위기를 이겨내고 드디어 당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음을 김정은은 ‘승리자의 대회’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준엄한 시련의 시기에 두명의 수령이 사망했고 유례없는 경제난을 겪었으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가혹한 제재와 고립을 강요받았지만 결국은 3대 세습을 완성하고 최근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미국에 굴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김정은은 시련을 이겨낸 승리의 증거로 인식하고 있다. 물론 김정은의 승리는 자축의 승리에 불과하다.

이번 당대회가 형식적 측면에서 비정상에서 정상으로의 당국가 시스템 구축의 의미라면 내용적 측면에서 이번 당대회는 북한의 국가전략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가장 큰 특징은 핵국가의 공식화이다. 핵보유국을 승리의 원천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정일 시대는 핵개발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비핵화를 원칙에 내세우며 협상에 응했다. 체제위기에 처한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받음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려 했고 그 주요한 수단이 핵카드였다. 따라서 김정일 시대는 줄곧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담보받기 위해 핵무기를 카드화했고 협상이 기대대로 되지 않을 경우 벼랑끝 전술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곤 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더 이상 핵무기를 협상용 카드로 사용하지 않을 태세다. 이미 2012년 헌법과 법률에 핵보유를 명시한 데 이어 2013년 당중앙위에서 채택된 경제핵무력 병진 노선을 이번 당대회에서 공식 확인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국가전략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제 북한에게 핵무기는 협상용이 아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구사했던 선협상, 후확산이 아니라 선확산, 후협상으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핵보유 공식화는 향후 김정은 시대의 국가발전전략에서 포기할 수 없는 근본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경제 병진노선이 인민경제향상과 경제발전을 위한 근본담보로서 핵무기보유를 전제화하고 있음도 같은 맥락이다.

핵보유를 전제로 한 북한의 대외전략 역시 과거 김정일 시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과거처럼 미국에게 체제인정과 안전보장을 요구하거나 협상하지 않는다. 미국이 감히 어찌할 수 없는 핵무기와 SLBM과 ICBM을 보유하고 실전배치한 이상 미국에게 안보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총화보고에서 미국을 강력 비난하고 협상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핵보유라는 전제하에 공세적이고 당당한 대외전략은 사실 중국에게도 해당된다. 핵을 가진 이상 중국도 북한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남 전략은 조국통일 3대헌장과 연방제 통일 및 주한미군 철수 등 고색창연한 과거 주장을 되풀이했지만 이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계승하는 지속성의 차원에서 기존 입장을 반복한 측면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김정은 시대의 대남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출발’이라고 강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김정은의 총화보고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남쪽에게 손을 내밀거나 경제적 지원을 구걸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적화하거나 흡수하려는 통일에서 벗어나 남북의 평화 공존을 강조함으로써 ‘두 개의 조선’으로 분리공존하자는 북한식 대남전략을 엿보게 한다. 

관심거리였던 당 최고수위의 직책으로 ‘노동당 위원장’이라는 기묘한 자리를 신설한 것은 오로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위를 영원히 모시려는 정치적 기술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다. 영원한 수령이신 선대 수령의 직책을 피해야 하는 세습 왕조의 역사적 순결함의 부작용이다. 비서국 대신 정무국이라는 생소한 조직을 만든 것 역시 김정일을 총비서로 모신 탓에 김정은 시대 그 누구도 비서직을 붙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서도 할아버지의 주석직과 아버지의 국방위원장을 영원히 모셨기 때문에 이후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또 다시 기상천외한 국가최고지도자 자리를 고안할지 모른다. 

정치국과 정무국 그리고 중앙위원의 인적 구성은 김정은 시대의 핵심 엘리트들이 대폭의 세대교체보다는 노장청 조화의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영호, 장성택, 현영철 등 불충하거나 종파를 거느리거나 성과가 없다면 가차없이 생사여탈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대수령으로부터 권력의 지속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물갈이보다는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당내 서열과 직책보다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신실세와 측근들의 부상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발표한 점은 경제강국을 향한 정책적 필요와 의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5년 동안 북한이 그리는 경제발전의 내용이 채워질지는 의문이다. 북한도 5년 전략은 세워보되 정말로 가능할 지는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력과 에네르기 산업을 강조하고 인민경제 선행부분을 확인하고 무역과 경제개발구를 통한 대외개방을 역설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피부에 와닿은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개혁개방 조치는 무력해 보인다. 자축의 승리에 비해 당대회가 제시해야 할 휘황한 전망은 여전히 경제분야에서 불투명하다. 위기를 벗어났다는 자축의 승리는 이번 당대회가 보여줬지만 미래로 나아갈 휘황한 설계도는 아직 오리무중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의 당대회는 오랜 기간의 비정상을 벗어나 정상적 당국가 시스템으로 복귀했다는 의미와 핵보유를 핵심 국가전략으로 자리매김한 김정은 시대의 공식 선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정상국가라는 자신감을 내세운 핵국가 북한에 대해 우리의 대북정책도 이젠 새로운 접근방법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비핵화를 위해 봉쇄와 압박과 제재로 북한을 붕괴시킬 것인가? 핵을 보유한 북한을 전제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고민할 것인가? 우리에게 이젠 북한문제에 대한 국가전략적 결단과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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