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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거리에 선 세월호 유가족...외면하는 靑, 광장나선 野, 대화하는 與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942
2014-08-29 09:28:00

46일간의 단식투쟁 중단한 ‘유민 아빠’, 세월호 특별법 돌파구 열릴까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초대형 참사였다.

탑승인원 476명 중 294명이 사망하고 10명의 행방이 아직도 묘연한 이 대형참사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 적폐(積弊) 척결에 앞장서겠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를 완전히 바꿔놓겠다”고 약속했고 유가족들에게도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며 위로했다. 

그로부터 무려 넉 달하고도 10일이 훌쩍 넘은 8월 27일, 애타는 마음으로 가족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진도 앞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다. 

 

유가족 외면하는 靑 “국회가 할 일...경제활성화 집중”

19일 광화문 광장에서 당시 37일간 단식을 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청와대를 찾아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박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공식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언론이 관련된 질문을 하자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해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22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통령과의 면담을 재차요구하며 청와대 인근에서 노숙농성에 나섰지만 박 대통령은 ‘민생행보’의 일환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방문했다. 2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의회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엄중한 책임이 있고, 의회 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차적으로 ‘세월호 특별법이 최우선 민생법안’이라며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지만 ‘모든 국민’과 그에 대비되는 ‘개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민생경제에 관심을 가진 일반국민과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요구하는 유가족을 분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에는 “규제개혁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 활성화시킬 수 있느냐 하는 키를 쥐고 있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제가 요즘 많이 생각하는 일”이라며 규제혁파를 이야기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전임 이명박 정권의 ‘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한 각종 규제철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27일은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뮤지컬 <원 데이(One Day)>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날 역시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었다. 김영근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세월호 유가족이 절박한 심정으로 박 대통령을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데 이 판에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2차 외상’을 가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염치없는 청와대”라고 쏘아붙였다.


광화문광장에 나선 野 “세월호法이 가장 시급한 민생”

새누리당과의 협상을 통해 7일과 19일 두 차례 특별법 합의안을 이끌어 낸 새정치민주연합은 합의안에 대한 유족들의 외면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고 이를 주도했던 박영선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도 상처를 받았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의 응원을 받으며 유가족들에게 여야합의안을 설득하던 박 원내대표는 24일 “이제는 유가족대표, 여야대표가 마주앉는 3자 대면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여당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3자 협의체를 통해 입법을 하자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와 의회민주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스러운 발상”이라며 유가족 설득의 책임을 야당측에 밀어붙였다. 

속된말로 ‘독박’을 쓰게 된 새정치연합은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강력한 투쟁’을 결의하게 된다. 정부여당을 대신해 유가족 설득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의 편을 들어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고 전략을 전환한 셈이다.

26일에는 국회 본청과 청와대 앞에서 잇달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어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를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고 대통령은 유민 아빠(김영오 씨)의 목숨을 건 단식에도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유족이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박 원내대표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또다시 소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일동은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이라는 원칙을 결의하고 비상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첫 분리국감이 예정됐던 27일에도 박 원내대표를 비롯해 60여명의 의원들은 광화문광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특히 그곳에서 9일째 유가족 동조단식중인 문재인 의원은 “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많은 의원들이 단합해서 함께 행동하는 게 당을 다시 추스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들은 이미 장외투쟁에 나선 상황이고, 각종 시민단체들도 유가족 지지를 선언하며 광화문광장에 집결해 범야권과 시민사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촉매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촛불정국’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화나선 與 “분위기 좋다”...유가족 “바뀐 것 없어”

범야권과 시민사회가 특별법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유가족을 외면하는 박근혜’ vs ‘유가족과 단식하는 문재인’이라는 구도가 짜이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민생경제를 강조해 야당을 압박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대화에 나섰다.

27일 국회 정론관은 여당의원들의 기자회견이 종일 이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소속 상임위는 달랐지만 의원들은 “새정치연합의 강경투쟁 선언으로 분리국감이 사실상 무산되고 각종 민생문제 해결도 늦어지게 됐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고, 당 대변인들도 ‘민생을 생각하라’는 내용의 논평들로 야당의 원내복귀를 종용했다.

김무성 대표는 26일 부산·경남 지역 기습폭우 수해지역을 방문했고 27일에는 경기도 과천에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긴급 민생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28일 가락동 시장을 방문해 ‘추석명절 농축산물 수급상황 등 민생현안 점검’에 나서 당 지도부가 전면에 나서 연일 민생행보를 펼치고 있다.

유가족들과의 만남도 진행되고 있다. 특별법 협상을 이끄는 이완구 원내대표는 25일 단원고 유가족들과 첫 상견례를 가진 후 27일에도 회동을 했고, 내달 1일에도 만나기로 하는 등 유가족과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그렇지만 핵심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양측의 의견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새누리당의 명분쌓기를 위한 만남에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27일 3시간에 걸친 긴 회동에서 이 원내대표는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입장과 생각은 다르지만 추후 진전된 얘기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회동분위기가 좋다”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3자회동’은 아니지만 ‘3각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유경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지난 월요일과 비교해 전혀 진전된 게 없으며 오늘도 기존의 입장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여당 역시 기존 재합의안을 계속 관철하고 설득하려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며 여당과는 사뭇 다른 색깔의 소감을 내놨다. 

다만 유가족 측은 부인하지만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46일간 단식투쟁을 이어온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회동 다음날인 28일 전격적으로 단식을 중단해 일부 물밑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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