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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비밀주의’로 치닫는 박근혜정부의 ‘불통’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782
2014-11-23 17:48:00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채 2년도 안 된 지금 미덥지 못한 수준을 넘어 위태로워 보일 지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 등 연일 바쁜 국정행보를 펼치고 있음에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 서서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에 쏟아진 ‘불통’ 비판과는 다른 차원이다. ‘불통’은 선거를 통해 권력한 장악한 정권이 자신의 ‘가치’를 성급하고 매끄럽지 못하게 구현하면서 국민들과의 ‘소통’에 실패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 이는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번 겪어왔던 사안이다.

‘불통’의 문제는 정권이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가치를 국민에게 더 다가가게 하는 행위를 함과 아울러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야당 등의 의견을 반영하는 쌍방향 활동을 통해 점차 해소돼 온 것이 지금까지의 정치였다. ‘불통’이란 비판이 나오는 데는 정권 창출에 실패한 진영의 “내 의견도 들어 달라”는 요구도 반영돼 있어 심각한 정치문제라기보다는 ‘밀당’의 의미도 내포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불통’은 이러한 과거 정권의 ‘불통’과는 달리 ‘쌍방향 소통’으로 점차 ‘교정’될 가능성이 희박한 없는 ‘불통’이다. 아예 ‘쌍방향 소통’ 자체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정부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내 갈 길’만 간다는 식의 국정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나 야당의 비판에 귀를 닫은 지가 이미 오래됐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과 정치권 위에서 따로 노는, 어떠한 비판도 수용하지 않는 ‘성역집단’으로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심화돼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정치적 메시지는 ‘국민’들과 유리된 ‘천상의 언어’로 굳어져갔고 국민들은 ‘하늘’에 닿을 수 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있어 거칠어지는 현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국민 메시지는 ‘국민행복’, ‘경제활성화’, ‘농업 6차 산업’, ‘해외 경제영토 확장’ 등의 당위적인 정치수사로만 넘쳐나고 실질 현실을 반영하는 ‘언어’는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실제 갈등과 조정이 일상화된 청와대나 정부의 정책 및 업무 추진영역은 어느 사이에 ‘비밀’의 영역 속으로 숨어버렸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에 대해 “대통령께서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이고 주무시면 퇴근”이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의 헬스기구 논란에 대해선 “국가 안보상 비밀”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청와대 비서관은 이와 관련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위증’까지 했다. ‘국민 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이란 위상 만들기를 위해 대통령의 구체적 국정수행에는 장막을 쳤다.

이러한 행태가 단순히 ‘대통령 모시기’ 차원에서 그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진전되지 않겠지만 지금 박근혜 정부 국정 전반이 이러한 ‘풍토’에 젖어 있어 국정 전체가 살얼음판이다. 박 대통령을 ‘화려한 의전’ 모습으로만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업무조차도 그 범주의 틀 속에 넣어버린 탓이다.

한중FTA-전작권 환수 연기, 국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최종 통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관련해 한중 간 교섭과정은 비밀에 붙였고 타결선언 당일에도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정치권과 국민들이 갑론을박(甲論乙駁)하던 기본절차가 없어졌다. 수많은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 한 번 없이 오로지 관료들의 손에 맡겼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경제영토 확대’라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아직 완전 타결되지도 않은 한중FTA 국회 비준부터 독촉했다.

전시작전권 환수 무기한 연기는 더 가관이다. 전작권은 국가주권 중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임에도 이를 무기한 연기하기 전에 가져야할 국민들의 의견수렴절차를 없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박 대통령이 지시에 따라 무기한 연기 서명을 한 후에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이러한 박근혜정부의 행태는 ‘이렇게 일을 다 끝냈으니 이대로 가자’는 선포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일이 다 끝났다’는 통보만 받았다. 그 ‘일’의 잘잘못을 떠나 국민으로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권리를 잃어버렸다.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항변을 하지만 일의 진행상황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받은 정부의 ‘통보’ 때문에 ‘허탈감’에 빠질 뿐이다.

이는 ‘국민 배제’이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무시’하는 것임에도 최근 정부가 이러한 행위를 거듭 반복하는 이유는 ‘뚜렷한 소신’ 때문이 아니기에 더 큰 문제이다. 오히려 ‘국민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결여가 이처럼 민감한 정책현안에 대해 조용하게 넘기는 식의 일처리를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사고의 위험성만 높일 수 있다.

정부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는 거의 모든 사안에 이러한 ‘비밀주의’가 ‘독버섯’처럼 자리잡을 경우 일어날 불상사는 최근의 ‘독도 입도시설 건설 백지화’논란이나 에이팩(APEC) 기간 중 발생했던 한미정상회담 불상사, 중일정상회담 성사 등의 외교적 ‘불찰’과 비슷한 일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베일’에 쌓여가는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및 업무 추진

이는 국민 의사수렴 절차가 사라지면서 청와대 비서진과 정부 관료의 의사결정권이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게다가 기자들의 취재도 더욱 더 어렵게 만들어 놨다. 기자들이 정책현안에 알아보기 위해 질의할 경우 청와대는 1단계 ‘잘 모른다. 알아봐 주겠다’, 2단계 ‘지금은 언급하거나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 3단계 ‘원칙상 알려줄 수 없다’라고만 하고 넘어간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최종 결정사항을 언론에 ‘발표’한다.

정책의 추진여부 결정, 정책 검토 및 검증, 그리고 국민여론 수렴절차 이 모두를 청와대와 정부가 쥐고 가는 형국이다. 이것을 청와대와 정부는 ‘보안과 기밀유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엄격히 진단하면 ‘비밀주의 국정운영’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등은 조직 내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도 ‘비밀주의의 벽’에 가두고 있다.

지금 청와대발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내외 동정기사가 거의 전부다. 박 대통령의 행사 참여와 풀 기자단에 공개되는 ‘발언’ 기사가 대부분이다. 청와대 내에서 무슨 일이 추진되고 있다든가 내부적으로 정책현안에 대해 어떤 이견이 존재한다든가, 정부와의 업무 조율은 어떻게 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갈등은 없는지 여부에 대한 기사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 11월 21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출근시간을 묻자 오전 5시라며 말했다. 아마 대부분의 수석들이나 비서관 또한 비슷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처럼 일찍 출근해서 하는 일은 ‘베일’에 쌓여 있는 것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모습이다.

참여정부가 지금의 언론취재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청와대는 정책이 최종 결정되기 전 단계인 정책 구상단계부터 진행단계에서 담당 수석이나 비서관이 직접 나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이것으로 부족하면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도 불시에 기자실을 찾아 설명하기조차 했다.

이러한 청와대와 정부의 ‘비밀주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국회의 존재가 그나마 ‘위안’이다.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이 국회의 의결절차를 거치는 사안이 아니었다면 국민들은 이들도 청와대와 정부의 ‘최종 통보’만을 덜컥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11월 22일 <한국일보>는 ‘불통 정부, 외신들 한국 떠난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주요 해외언론 서울지국들이 올해 들어 철수하거나 특파원들이 서울을 떠나는 상황을 전했다. 이들이 떠나는 이유가 한국뉴스를 쓰기 힘들어진 상황, 한국에서 외신을 밀어내는 현실을 지적했다고 한다.

보도에서 서울외신기자클럽의 한 중진기자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청와대를 통하거나 외신 대변인을 경유해도 도무지 확인되는 게 없다”며 정부의 외신홀대를 설명했다. 또 정부 청와대 인사나 주요부처 장관 가운데 올해 외신 간담회를 가진 이는 기획재정부 장관(두 차례)밖에 없고, 2월 취임한 청와대 외신대변인은 단 한 차례도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 주요언론사의 청와대나 정부 출입기자들도 과거와는 다른 취재환경에 대해 개탄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외신기자들의 이러한 항변은 십중팔구 맞는 지적일 게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의 ‘불통’이 ‘비밀주의’로 진화하면서 낳은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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