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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다시 꺾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꿈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792
2014-11-13 17:23:00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글로벌 IT 기업의 ‘데스트 베드’였다. 하드웨어건 소프트웨어건 상관없이 신제품이 나오면 우리나라를 찾아 테스트를 진행했다.

‘IT 코리아’란 말에 국민들도 자부심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부에서도 벤처기업을 육성하며 IT를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많은 이들이 직장을 IT 기업으로 옮기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도 무수히 생겨났으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들도 저마다 실력을 뽐냈다. 현재의 네이버, 다음도,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이 IT 코리아의 대표주자였다. 게임업체들도 하나둘씩 기지개를 폈다.

자신의 창의력과 실력을 믿고 뛰어든 많은 이들이 시장에 나섰지만 실패를 맛보며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은 이들도 수없이 많았다.

최근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겸 대표이사를 만났다. 10년이 넘는 사이 이 개발자의 풍모도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개발 한 길을 걷고 있었다.

10년 만에 만난 이 개발자는 기자에게 하소연을 늘어놨다. 자신이 개발해 홍보를 위해 모 언론사 자료실에 등록한 소프트웨어를 기업은행이 자사 홈페이지에 버젓이 링크를 걸어두었다는 것이다.

개발자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언론사는 초기에 자료실을 통한 독자들의 유입이 큰 것을 확인하고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시 별 제약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정책이 변경돼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기 위해서는 회원으로 가입을 하거나 기존 회원일 경우 로그인을 하도록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기존 링크를 그대로 둬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개발자는 홍보효과와 함께 자신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해당 언론사에 소프트웨어를 등록했다. 더욱이 이 소프트웨어는 예전에 유료로서 서비스를 했던 것이라 개발자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사용자들이 인정한다면 더 좋은 여건 속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다.

분쟁 초기에 기업은행은 개발자와 협의를 통해 일을 잘 마무리하려 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소송을 진행했다. 기업은행의 소송 대리인은 국내 최고의 법무법인으로 확인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또한 변호인을 고용해 권리를 주장했지만 최근 1심에서는 기업은행이 완벽히 승리했다.

재판부는 해당 소프트웨어가 프리웨어이고 기업은행의 서버가 아닌 언론사 서버로 링크를 걸었기 때문에 전송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준비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현재로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완벽히 진 소송을 뒤집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무리 프리웨어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마치 기업은행이 개발한 것처럼 홈페이지를 꾸며 놓고 링크를 거는 것은 기업 윤리에도 크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면 애초에 개발자 또는 개발회사에 허락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현재는 다운로드 방식이 변경돼 로그인을 해야 함에도 버젓이 직접 링크를 걸어 소프트웨어를 우회적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면 이는 더더욱 비판받을 소지가 높다.

그동안 기자는 십년 넘게 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만나보면서 개발자들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외환위기 상황이었던 1998년 한글과컴퓨터는 부도를 맞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자금 지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국내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넘길 수 없다며 운동본부를 결성했고, 이들은 자금을 만들어 한글과컴퓨터를 지원했다. 이 결과 한글과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넘쳤다. 세월이 흘러 대형 SI기업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이름이 불리는 소프트웨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돈을 벌겠다는 경제적인 부분과 함께 우리나라도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IT 드림’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판결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및 개발자들의 사기가 또 한번 꺾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할 따름이다. /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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