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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북 압박수단이 된 ‘인권(人權)’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607
2014-11-12 17:20:00

 

‘인권’이 인류보편의 최고 가치이다. 그리고 ‘인권’이 지금처럼 자리 잡히기까지는 오랜 땀과 투쟁, 그리고 희생을 수반해왔다. 역사적으로 봉건시대나 왕정시대에서는 인권이란 개념정립은 불가능했다. ‘인권’은 오로지 프랑스 혁명 이후 현대적 민주국가 체제가 수립되는 과정을 통해서만 수반됐고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기본근간으로 자리잡아 갔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인내천(人乃天)’ 등의 단군신화 속에서 천부인권사상을 구현하려했다 하지만 이를 실체적 의미의 ‘인권’으로 해석할 순 없다. 오히려 왕도(王道)정치 구현의 명분에 머물렀다. 현대적 의미의 ‘인권’은 1945년 해방과 함께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싹 틔워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의 ‘인권’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치의 대립물인 민주화투쟁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했고 1987년 민주화를 계기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인권’의 가치에 대한 폭과 깊이 또한 조금씩 넓어지고 깊어졌다.

그러면서 불과 20여년이란 짧은 기간에 한국은 ‘인권 탄압국’에서 ‘인권 선진국’ 대열로 자리를 이동하는 대변화까지 겪었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는 인권탄압국으로서 국제적 비난의 주대상국이었다는 것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과 함께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권’ 또한 경제처럼 ‘압축성장’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7여년을 경과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해야 할 ‘인권 가치’의 훼손과 폄하가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인권이 밥 먹여 주나”는 비상식적 태도와 행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대수롭게 여기며 ‘조직’과 ‘국가’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은연중 팽배해지면서 ‘인권’이 위축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청구 소송처럼 타인의 생각이 못마땅하다하여 정부가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취급됐고 지난 기간 ‘인권’ 가치를 함양시켜온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폄하도 공공연히 자행됐다. 급기야 이러한 상황이 켜켜이 쌓이면서 국가인권위는 국제인권조직 연합체로부터 ‘인권기구’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우리나라의 ‘인권’이 크게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서 대한민국 스스로가 세계를 향해 ‘인권’을 주창할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허문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인권’의 악화는 ‘국가’를 제 1의 가치로 삼고 국민은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는 가치에 익숙한 박근혜 대통령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헌법 제1조가 규정한 국가의 주인으로서 ‘국민’이란 기본명제보다는 ‘국가 통치권자=국가’란 생각이 지배했던 유신독재적 가치관에서 자유롭지 못한 박 대통령의 통치방식이 최근의 ‘인권 후퇴’를 낳은 요인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인권’을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인권 수준’이 떨어지는 북한을 압박하는 용도이다. 국내적으로는 ‘인권’에 대해 소홀하면서도 대북관계에서는 ‘인권’을 거론하는 모순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북인권’을 대북정책에서 전략적 지위로 격상하겠다고까지 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인권’을 통해 흔들겠다는 복심(腹心)이다. 당연히 북한은 자신의 체제안전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격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정부가 ‘인권’을 빌미로 북한 내 반체제 전복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뜻까지 담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유엔에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 주도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려던 대북 인권 결의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실제 성사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북한 최고통치권자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국제 사법심판대에 올리려는 시도를 북한은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탈북자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처럼 ‘북한 인권’을 두고 한반도 및 국제적인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남북한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박 대통령의 ‘북한 인권’ 거론이 진정한 ‘인권 가치’에 대한 인식하에서 접근한다기보다는 대북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데 있다. 북한 인권 개선의 출발점은 북한의 개방이다. 고립된 국가가 ‘인권’을 스스로 개선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북한 인권’ 공격은 북한을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내면서 북한의 반발만 야기하는 ‘듣기만 좋은 꽃노래’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인권개선’의 효과와는 관계가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인권문제’를 북한에 제기하기 위해선 우리의 ‘인권 수준’을 드높여야 그 정당성이 확보됨에도 오히려 국내 인권은 후퇴시키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인권 거론’은 ‘정략’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권마저도 수단화해 남북대결구도에 이용한 박 대통령의 ‘대북인권’ 거론은 불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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