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정보마당 Current Issue

Current Issue

게시글 검색
[남북관계]한반도정세 주도권 놓은 박근혜정부, 대북협상력도 약화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1052
2014-11-05 17:10:00
[남북관계]한반도정세 주도권 놓은 박근혜정부, 대북협상력도 약화
미국 등 뒤로 숨은 한국, 2차고위급접촉 두고 北에 휘둘리는 상황 자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을 표방하며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남북관계를 만들겠다고 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불과 2년도 안 돼 사실상 파탄지경에 빠졌다.


정부 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개성공단 실무협상 등과 관련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이 우리 쪽에 있는 듯 하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올해 말에 들어선 역전되는 모양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북한이 남북한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었지만 최근 2차 고위급접촉을 두고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북한이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우리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진행한 주한 외교사절 초청 정책설명회에서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무산에 대해 북한이 신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하면서 “북한은 자신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강변하지 말고 조성된 대화의 계기를 활용해야 한다”며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는 북을 달래려는 태도를 역력히 드러냈다.


그러면서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황병서 북한 군 총정치국장 등 고위인사 참석해 자신들이 먼저 제의해 2차 고위급 접촉을 합의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지난달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해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고 우리는 10월30일로 날짜를 제안했다”며 “남북관계의 오솔길을 만들어서 그것을 대통로로 확대시키자는 말이 진심이라면 전제 조건을 내걸지 말고 우리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북한에 요구했다.


이러한 류 장관의 발언들을 보면 대북관계에서 지난해 우리 주도의 공세적인 상황이 어느덧 수세로 변했다는 것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지난해 개성공단 실무접촉 때나 1차 고위급접촉 당시에는 북한은 협상의제를 확대하려고 애를 쓴 반면 우리 정부는 당면 현안의제에 국한하는 여유를 보였다. 당시 북한은 남북한 접촉을 통해 보다 폭넓은 의제로의 대화 진전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태도가 역력했고 우리 정부는 이에 ‘원칙론’과 ‘북의 선제적인 진정성 있는 조치와 변화’를 요구하며 북한의 애를 태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려졌다.


지난해 보였던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는 끝난 듯하다. 이처럼 한국 정부 주도권이 급격하게 이완된 근본원인은 다름 아닌 박근혜 정부가 미국 주도의 외교안보의 틀을 선택한 데 따른 것이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다툼 속에 있는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 동맹질서 편입을 선택하면서 최근 흔들리고 있던 북한이 이를 기화로 자신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사실 자신들의 위기감 표현이었다는 것이 정설(定說)이다. 고립된 북한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정권교체기를 맞은 시점에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몸부림으로 해석됐다.


여러한 흐름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6월 방중으로 한국과 중국이 밀월관계를 형성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위기감은 더욱 깊어졌고 이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남북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고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가 형성된 배경이었다.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어려운 여건에서 중국과의 관계마저 악화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북한은 박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 직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중국에 보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도록 하는 조급함을 보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은 한국 정부를 배려한 ‘북핵불용’이란 원칙을 수용해 북한을 당혹스럽게까지 했다.


북한은 이처럼 한중관계가 밀착되는 상황을 가장 큰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남북한 관계를 한국이 자연스럽게 주도하도록 하는 배경이 됐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원칙’을 강조하는 여유를 가지며 북한을 압박했고 아울러 국제외교 선상에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동력이 됐다.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 한국의 한반도정세 주도권 배제와 대북협상력 약화


이는 한국의 대북관계 주도권이 중국과의 밀월관계에서 비롯됐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한국의 외교안보를 미국에 의지한다는 정책의 틀을 구체화하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올해 초부터 미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공식화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국제적인 관심거리였고 특히 중국은 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러나 예상대로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을 선택했고 여기에 더해 지난달 24일 한미 국방장관이 전시작전권의 이양을 2020년 중반 이후로 무기한 연기키로 결정했다.


이는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키로 한 것으로 보수층의 안보불안감의 반영으로 해석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수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1980년대로 되돌리는 선택으로 귀결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서 한국이 미국의 등 뒤로 숨으면서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악화로 인한 체제 위기감을 해소할 수 있게 된 탓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시작전권 행사가 의미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정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는 의미이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을 상대로 공들여서 외교를 펼칠 명분이 약해진다. 한반도 정세를 두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는 방법 외 다른 길이 없다. 일본 또한 외교안보관계에서는 한국을 통할 이유가 없다. 미국과 협의하면 한국은 자연스럽게 딸려서 오는 구조가 계속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환수시기가 2012년, 또는 2015년으로 명기돼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에게도 한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상대국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북한으로선 전쟁수행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없는 한국보다는 외교안보 후견인 미국과의 거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1990년대 이전의 ‘통미봉남’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차 고위급접촉을 둘러싼 남북한의 교착상황은 이러한 상황의 반영이다. 여유가 생긴 북한이 한국 정부와 다급한 모양새로 협상장에서 마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전시작전권 문제를 두고 체제 내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전작적 환수 무기한 연기로 남한 주도의 남북관계가 점차 흔들리면서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휘둘리는 쪽으로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류길재 장관의 설명대로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가 인천에 와서 2차고위급접촉을 약속하고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접촉을 거부하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핑계거리’를 잡을 만큼의 ‘원기(元氣)’를 회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시작전권 환수 포기는 외교안보에서 단순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 주변정세에 대한 한국의 목소리는 미국에 의해 묻힐 수밖에 없고 중국과 일본의 목소리를 더 키우게 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을 고려한 한국 배려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명분이 약해졌다. 이는 한국의 대중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으로선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북한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결정을 우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북관계도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반영돼 북한의 대남협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