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정보마당 Current Issue

Current Issue

게시글 검색
[정치] ‘개헌론’ 부상, 與野의 ‘차기대선 불안’ 공통분모가 배경
hollyhock 조회수:992
2014-10-17 17:20:05

설마 설마하며 현실적 가능성에 회의적이던 ‘개헌 블랙홀’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여야 정치권의 가시권에 진입했다. 김 대표는 17일 자신의 발언을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오히려 불을 더 지피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헌론’은 말 그대로 ‘블랙홀’이다. 그 ‘뚜껑’이 열리면 기존의 법제도 틀 속에 잠복돼 있던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의 현안과 갈등들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민심은 요동치고 계층별, 집단별 이해관계는 극명하게 분출돼 한국사회 대 소용돌이 속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87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체제’를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의 분권제냐, 아니면 대통령 중임제냐의 ‘권력구조’의 문제이 다뤄지지 않는다. 선거구제 문제는 부수이고 총체적인 국민들의 욕구분출과 함께 이해관계 대립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분야만 해도 경제 자유주의와 경제민주화 가치 간의 대립 속에서 대기업 등 자본 기득권과 시민사회 및 노동진영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지방분권의 문제는 반드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자치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관계가 재조명되면 지방경찰, 지방검찰 문제로까지 번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6.10 항쟁의 산물인 ‘87년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이 ‘최대공약수’로 모아지면서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의 ‘개헌론’은 ‘권력구조’ 뿐 아니라 5천만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욕구까지 반영해 ‘최대공약수’를 도출해야 한다. 이는 지난한 합의의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고 이 속에서 집단 간의 이해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정치일정 속에서 개헌 추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도 한국 현대사에서 개헌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절대 권력의 힘이 작동하거나 아니면 4.19혁명이나 6.10항쟁처럼 국민적 저항에 따른 역사적 대변혁기에만 가능했다.

 

국민들 또한 ‘87년 체제’를 대신하는 국민들의 ‘최대공약수’를 도출할 수 있는 ‘대안’이 뚜렷하지 않는 한 ‘87 합의’가 유지되는 쪽을 택했다. 대통령제에 따른 권력의 독식과 대결적 정치구도, 지역구도의 문제 등에 공감하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 권력구조’에 대한 국민들의 ‘최대공약수’가 모아지진 않았다.

 

최근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권력의 전횡과 독단, 독식에 대한 반감이 팽배한 것이 최근 ‘개헌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가는 상황이 진전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개헌을 추진하기엔 미흡하다. 87년 직선제 개헌을 몰아붙인 동력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현직 대통령이 아무리 개헌의지가 강하다 하더라도 ‘미래권력’의 동의가 없으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87체제’의 고유한 특성이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直選)이 핵심기제이기 때문에 차기 권력구조를 논하는 ‘개헌론’은 현재권력의 의지보다는 미래권력의 동의가 바탕에 깔려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 지지를 받는 유력한 대선주자가 존재할 경우 그가 ‘개헌론’을 수용하지 않는 한 제기할 수가 없다. 이는 달리 말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반헌법적 행위’에 가깝다.

 

이에 역대 여러 대통령들이 ‘개헌’에 대한 의지를 가졌더라도 정치권 내부에 이견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뚜껑’은 다시 덮어버린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의의 전제였던 ‘내각제 개헌’을 차기 주자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반발에 밀려 꺼내지도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벽두 4년 중임제로의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지만 차기대선주자들이 반대하자 곧바로 접었다.

 

새누리 유력 대선주자 부재에 대한 불안감...새정치연합 유력주자들 당내 입지 취약

 

역설적으로 지금 정치권에 몰아닥친 ‘개헌론’은 국민들의 ‘개헌욕구’가 반영됐다기보다는 ‘개헌론’의 적절한 제동장치인 뚜렷한 ‘미래권력의 부재’가 만든 ‘바람’으로 볼 수 있다. 권력의 주체인 여당의 차기 대선에 대한 ‘부담’을 반영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쪽을 보면 김무성 대표나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등이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는 있으나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점차 가시화될 경우 차기 권력 장악은 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구도에까지 개입할 것으로 보여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위원장 등 비박계가 당의 대선주자로 옹립되는 과정도 지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김 대표 등 개헌 추진세력에게는 여권 뿐 아니라 야권 차기 대권주자도 뚜렷하게 부상하지 않은 지금이 ‘개헌’을 통한 권력 분점의 틀을 만드는 적기인 셈이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현행 소선거구제를 내놓겠다는 양보도 주목된다. 새정치연합 뿐 아니라 비례대표 확대와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게까지 자신의 ‘개헌의지’를 내보여 범정치권과 정치권 외곽으로까지 ‘개헌바람’ 확산을 도모했다. 그만큼 차기 대선에 대한 ‘부담’이 ‘권력분점’에 대한 욕구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의 ‘개헌론’ 제기를 적극 반기고 있다. 개헌론에 제동을 거는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김무성 대표를 감싸기에 바쁘다. 이는 정치적으로 집권세력 내부의 균열을 노린다는 측면도 강하지만 차기 대선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반영하는 것이도 하다.

 

실제 새정치연합 쪽은 ‘권력분점 개헌’에 대해 ‘언감생심’이다. 당내 유력주자로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 그리고 당밖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차기 대선 ‘승리’를 자신하지 못 할 뿐 아니라 ‘대권’을 가져와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러 계파가 당내에서 사활을 걸고 다투는 구조적 요인도 새누리당의 개헌제안을 반기는 배경이다. 차기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은 당내 분열만 가중시켜왔다. 차기 대선후보 확정과정도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경우 당내 계파간 반목은 더욱 깊어진다. 대선후보 옹립과정에서 배제되는 계파는 ‘대권 승리’가 오히려 계파 이해와 상반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진 의원이나 당내 계파를 이끌고 있는 의원들의 경우 김무성 대표 쪽의 ‘권력 분점’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역구도하에서 ‘대권’을 통한 권력 독식이 어려운 현실에서 ‘총리’ 등 내각권력에라도 다가갈 수 있는 ‘권력 분점’은 ‘차선의 대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차기주자들의 경우 대국민 지지도는 존재하지만 당내 입지로 보면 취약하다. 문 의원의 경우 최대계파인 친노의 수장이지만 다수 친노 의원들에 대한 통제력은 약하다. 안철수 의원 또한 친노에 대한 견제카드로서 세력을 모을 순 있지만 자신의 독자적 의사결정권을 이를 받혀 줄 세력이 없다. 이는 지난 7.30 재보선 공천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박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은 유력한 대선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내 세력들의 의사결정의 대상에 더 가깝다. 지지도가 떨어지거나 정치환경이 변하면 언제든 ‘팽’당할 수 있는 것이 이들의 정치적 입지이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는 ‘개헌 바람’ 앞에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발언권이 약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켜보며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이들의 최선일 뿐이다.

 

이러한 정치적 환경 때문에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가 ‘개헌 바람’을 절정의 고비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야 모두 차기 대선에 대한 ‘부담’이란 공통의 분모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