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정보마당 Current Issue

Current Issue

게시글 검색
[정치]장기 대치로 가는 ‘세월호 정국’, 당정청의 유가족 압박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861
2014-09-04 10:49:00

 

장기 대치로 가는 ‘세월호 정국’, 당정청의 유가족 압박
 

유가족의 ‘세월호 진상규명’, 거대한 박근혜 정권의 벽 앞에 가로막혀
 

 
‘세월호 정국’은 한국사회의 대립과 갈등의 또 다른 역사적 상처가 돼 가고 있다. 비극적 참사를 계기로 기존 관행과 적폐(積幣) 청산을 원했던 국민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논란 속에서 여야 진영 갈등의 장 속으로 빨려들면서 소중한 자녀를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권지지층의 비난대상이 되는 정치적 ‘희생양’으로까지 전락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달 28일 46일간의 단식을 중단하면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장기적인 싸움’이 될 것이라고 한 예고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 그리고 새누리당의 거듭된 ‘세월호 탈출’ 행보를 통해 곧바로 현실화됐다. 집권여당은 날이 갈수록 유가족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나가고 있고, 여기에 맞춰 보수진영의 유가족들의 비난의 도(度)도 더해가고 있다.


지난 네 달 동안 ‘세월호 민심’을 상징해온 유가족들이 여권을 상대로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장기적인 싸움을 각오했다지만 지금 흐름을 보면 오히려 여권의 거센 압박 앞에 제대로 버티기를 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지경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않은 지 오래이다. 특별법 제정 논란이 한창인 때에도 “국회가 처리할 일”이라며 완전히 발을 뺐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모든 일정은 ‘경제살리기’와 ‘민생’으로 맞췄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는 더 이상 ‘세월호’는 없다는 투이다.


오히려 청와대는 ‘세월호’로 인해 경기 활성화가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펼쳤다. 그러면서 규제개혁과 경기활성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세월호 역정’을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경기가 어려운 것은 ‘세월호 정국과 정쟁’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을 거듭해 내놓았다. 참사 초기 반성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국가 대개조론’을 펼치던 때와는 사뭇 대조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엔 정부도 동원됐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경제법안 처리를 압박했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담화를 통해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했다. 지금은 세월호에 발목잡혀 있을 때가 아니란 압박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은 참사의 책임문제에서도 뒤로 빠져나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서) 책임을 맡은 사람, 선장이면 선장이, 자기 책임을 다하고 인명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빨리 갑판 위로 올라가라는 이 말 한마디를 하지 않은 것이 엄청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며 지난 5월19일 대국민담화 후 처음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언급했지만 정부와 청와대 책임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선장 책임론’만 강조했다.


또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쟁점인 수사-기소권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강경입장을 주도하는 곳이 청와대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세월호 유가족과의 3차협상에서 “여당이든 청와대든 어디든 막 조사하겠다는 거 아니냐”라며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진상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을 보여 30분 만에 결렬시켰다. 이는 새누리당 협상 가이드라인을 청와대가 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집권세력, ‘세월호’ 탈출 위해 진영대립의 정치싸움으로 변질시켜


이는 오히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진상규명’에 부정적임을 드러낸 것이다. 4월16일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과 국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업무내용을 결코 국민들에게 드러낼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른바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리더십’을 자랑하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사고당일 근무 행동이 국민이 알면 창피할 수준이라는 말들까지 오고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집권세력은 ‘세월호 정국’ 탈출을 위해 진영대립의 정치싸움으로 변질시키고자 노력했고 이러한 의도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9일 특별법 2차 여야합의안이 나온 이후 조사된 수사권-기소권 문제 등 ‘세월호특별법 쟁점’들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지표는 진영대립 구도가 그대로 투영됐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정국’을 두고 ‘박근혜 정권 흔들기’란 시각을 여러 차례에 걸쳐 공공연히 드러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위원회에 부여한다는 것은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란 말로 반대했지만 실제 속뜻은 이로 인해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조사받게 되고 그럴 경우 현 정권이 상처를 입게 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여권지지층에 보내왔다.


그러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공격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의 투쟁에 대해 ‘불순세력’이 개입돼 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심지어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정국에 대해 “추석을 앞두고 민생 국회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뜻을 헤아린다면 여야와 유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가 아니라 ‘3자 반성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한 신호에 맞춰 보수진영은 유가족들을 폄하하며 정치적으로 매도했다. 


그 결과 ‘세월호 정국’은 진영대립의 골로 모는데 성공했고 추석을 앞둔 지금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는 행보를 보일 만큼 여유로워졌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에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하자는 제안을 하며 ‘세월호 정국’을 타고 넘어가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러한 강도 높은 압박에 유가족들은 지금 ‘고립’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장기적인 싸움을 각오했다지만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3년 반 동안 ‘진상규명’만 요구하다 지쳐버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인 새정치연합마저 1, 2차 여야합의로 정치력을 상실한 것도 유가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유가족들이 새누리당과 직접 협상에 나서게 됐지만 야당의 정치적 힘을 업지 못해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야당이 세월호특별법과 경제법안 연계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만이 유일한 힘이다.


박 대통령은 3일 오후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통해 ‘경제 살리기’ 행보를 180분 동안 국민들에게 생중계를 통해 보여준다. 이러한 ‘민생 행보’ 박차가 가지는 의미는 ‘세월호 지우기’에 다름없다. 유가족들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장기적 싸움은 ‘박근혜 정권’이란 거대한 벽 앞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