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정보마당 Current Issue

Current Issue

게시글 검색
[사회]가습기 살균제 참사 ‘현재진행형’이다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415
2016-05-27 10:49:00

민간신고센터 포함 4월25일까지 접수 피해자 1848명 중 266명 사망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어처구니없는 참사를 빚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국민이 뿔났다. 아까운 생명들이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스러져간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이 일부 알려진 지 5년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 수사 결과, 그 동안 국민이 몰랐던 사실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과 이후 국민은 영국계 다국적 기업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가해 기업’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으나, 이젠 많은 국민이 생명을 잃은 뒤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정부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공(현 SK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인 ‘가습기 메이트’가 1994년 11월부터 판매됐기 때문이다. 이후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메이트에 들어있는 유해성분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다.

2014년 4월부터 정부가 2차에 걸쳐 진행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사 결과, 확인된 피해자 530명 가운데 146명이 숨졌는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 사망자 수는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뉴가습기 당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CMIT·MIT가 아직 폐 손상 원인물질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았던 애경, 이마트, GS리테일, 다이소 등을 수사대상 기업명단에서 뺐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 시민단체 등을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최대 ‘가해 업체’로 곱히는 옥시는 공분의 대상이 됐다. 정부의 1·2차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망자 146명 가운데 103명이 뉴가습기 당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옥시는 뉴가습기 당번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흡입독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전 연구소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표시광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뉴가습기 당번이 팔리던 2005년 6월부터2010년 5월까지 옥시 대표를 맡았던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도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불똥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구글로 번진 셈이다. 뉴가습기 당번과 같은 PHMG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던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포함돼, 관계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PGH를 원료로 ‘세퓨’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했던 기업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전 대표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함께 구속됐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는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2011년 4월 서울아산병원이 중증 폐렴 임산부를 비롯한 폐 질환 환자들이 입원했다며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면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지 5년 만의 사과였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 손상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1월엔 1차 동물실험 결과 PHMG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독성 확인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6종에 대한 수거 명령을 내렸다.

옥시 사과 뒤 불매운동 확산…정부책임 묻는 공익감사 청구도

 

PHMG 또는 PGH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해 검찰 수사를 받는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버터플라이이펙트 중 버터플라이이펙트는 폐업한 상태다. 나머지 3곳 중에선 롯데마트가 지난 4월 18일 가장 먼저 사과했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머리를 숙이며 보상 계획을 밝혔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은 4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이어 옥시도 사과문을 내놨다. 옥시는 5월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첫 공식 사과와 함께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아타 사프달 옥시 한국법인 대표는 이날 “저도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한다”며 기자회견장을 찾아온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연신 머리를 숙였다.

사프달 대표는 7월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꾸려서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로부터 1, 2등급 폐 손상 판정을 받은 옥시 제품 사용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뒤늦은 사과는 역효과를 불렀다. 기자들은 사과하기 전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던 옥시 측의 사과에 진정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보상 방안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프달 대표와 옥시 직원들한테 항의했다.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로 단상에 오른 최승운씨는 옥시가 대한민국에서 퇴출돼야 한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4개월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만 한 살배기 자식을 잃은 아빠라고 소개한 최 씨는 “내 자식을 내 손으로 4개월간 서서히 죽였다”면서 울먹였다.

그는 “옥시 측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피해자(가족)를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너희가 자식을 죽인 게 아니라 우리(옥시)가 죽였다’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온갖 거짓으로 5년 동안 버티던 옥시가 이제 와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는 건 검찰 수사 무마용 쇼”라고 덧붙였다.

사프달 대표의 사과 이후 전국적으로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옥시 제품 불매운동뿐 아니라 옥시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옥시에 불리한 실험 결과 조작 의혹에 휩싸인 김앤장법률사무소도 지탄을 받고 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 후 돈을 받고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조 모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옥시와 김앤장이 짜고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까지 진행한 3차 피해조사에서 피해자 752명(사망 79명)이 추가됐고, 올 1월 1일부터 4월 25일까지 민간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자도 566명(사망 41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3차에 걸친 정부 조사와 민간신고센터 접수 피해자 수를 합하면 1848명이다. 이 중 1582명은 생존했고, 266명은 숨졌다.

환경부를 비롯한 여러 정부 부처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민원실에 공익감사청구서를 건넸다.

참여연대 등은 “대규모 피해자 발생과 진상 규명하는 과정에서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잘못과 문제점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책임을 정부가 결코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윤성규 환경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