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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TK-충청 지역연합만 보여준 ‘반기문 대망론’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621
2016-05-31 09:43:00

박대통령 불편해하는 ‘세월호’ 등 갈등 외면, ‘낙점(落點)’ 바라는 행보

 [폴리뉴스 정찬 기자] 5박6일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이 남긴 것은 한 가지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호언처럼 반 총장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차기 대선의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임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그 동안 반 총장이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인지 여부가 대선지형을 뒤흔들 ‘변수’로 치부돼 왔지만 이번 행보로 그러한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걷힌 셈이다. 반 총장은 입국한 첫날인 25일 제주에서 마련된 관훈클럽 초청간담회에서 “통합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각오로 솔선수범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말로 대선출마의 뜻을 나타냈다.

이 발언을 두고 모든 언론이 반 총장의 대선출마로 해석했지만 반 총장은 “과잉해석”이라는 말만 했을 뿐 자신의 대권의지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를 볼 때 대권을 향한 실천의지의 강도가 어느 정도냐의 문제만 남았을 뿐이다. 남이 태워주는 ‘꽃가마’를 타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정치권의 진흙탕을 헤치고 ‘꽃가마’를 쟁취하겠다는 것인지가 다소 모호할 정도다.

이번 방한 일정은 반 총장의 대선출마를 위해 깔아놓은 ‘융단’과 같은 한편의 이벤트였다. 25일 관훈클럽 초청간담회를 통해 ‘통합 리더십’으로 ‘대선 출마’ 의지를 만천하에 공개한 후 26일에는 제주포럼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힘과 아울러 황교안 국무총리와 자리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7일에는 일본에서 G7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연출해 국제적 지도자로서 면모를 국민들에 어필했고 28일에는 충청권 맹주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비공개 밀담을 해 ‘충청 대망론’의 기수로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려 했다. 아울러 고건, 노신영 전 총리 등 원리와의 만찬 자리도 가졌다.

이어 29일에는 여권의 중심지인 대구경북(TK)의 안동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속에 방문했다. 특히 반 총장은 하회마을을 방문해 “서애 유성룡 선생의 숨결, 손결, 정신이 깃든 곳에서 그의 나라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 등을 기리며 모두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재차 자신의 대권의지를 공개했다.

그리고 방한 마지막 날 경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치행보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반 총장은 출국 기자회견에선 자신의 이번 행보가 국내외적인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정치”와는 무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했다. 5박6일 간 대선지형을 뒤흔들어놓고선 “아무 일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TK-충청연합 ‘안주’하며 ‘세월호’ 갈등문제 외면, 박대통령 ‘낙점(落點)’ 바라는 행보

그러나 반 총장의 행보는 딱 여기까지였다. 방한 전부터 언론과 정치 전문가들이 그렸던 최소한의 전망치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여권 핵심지지기반인 TK와 충청권 연합의 최대 공약수로서 ‘반기문’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 총장의 이번 행보는 차기 대선에서 지지할 대선후보를 찾지 못한 TK 민심을 끌어안는 것이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언론이 방한 이전부터 제기했고 방한 중 그의 일정을 보고 제기한 새누리당 친박계 대선후보로서 ‘반기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반 총장이 지난 5박6일 동안의 언행이 ‘TK-충청연합’ 지역구도의 틀 속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데서 비롯된다. 반 총장이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웠다고 하나 ‘TK-충청연합’의 틀을 넘어서는 어떠한 비전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반 총장이 의도적으로 이 틀에 안주하려 한다는 인상을 줬다.

국내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지난 2년 이상 한국사회의 갈등현안인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세대갈등과 한국청년들의 고통을 대면하려하지도 않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논란이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서도 외면했다. 여기서 반 총장이 말한 ‘통합의 리더십’은 국민들에 들려줄 정치적 수사로 들렸다.

이러한 모습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낙점(落點)만 바라는 것이 아니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불편해하는 갈등현안만 피해 나가는 놀라운 행보 때문이다. 그러면서 30일 경주에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에서는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방문해 농촌개발에 기여하고 있다고 현재권력의 입맛에 맞는 말만 했다.

반 총장의 이러한 행보에 호응이나 하듯 새누리당 친박계에선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추대하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아귀가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김대중 동향보고 “말도 안 된다” 펄쩍 뛰기만, 시대정신과 역사인식 부족 반영

반면 반 총장은 1985년 미국에서 근무 중 망명생활을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보고한 사실에 대해선 “기가 막히다”, “말도 되지 않는 비판”, “흠집을 내는 건데 내 인격 비춰서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기자의 질문이 동향 보고한 사실에 초점을 맞춰 설명을 요구한 데 비해 반 총장은 지레 자신에 대한 “비판”, “흠집 내기”라고 화들짝하는 모습 자체가 오히려 의아할 정도였다.

게다가 반 총장은 자신의 동향보고가 “정부와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을 관찰,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외교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대답은 반 총장의 시대와 역사적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군부의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독재정권에 복무하는 것과 ‘국가를 위한 길’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의 핵심덕목이 시대정신과 역사인식인데 반 총장의 언급은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줬다.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하지 못한 공직자의 경우 권력자의 기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반 총장은 거기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모습은 반 총장이 ‘TK-충청연합’이란 여권 핵심부의 차기 대권 그림에 맞춰 움직이는 도구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반 총장의 방한 행보를 큰 정치적 이벤트로서 효과를 창출했다. 30일 <중앙일보>는 긴급여론조사 결과, 반 총장이 차기 대선 다자구도, 3자구도, 양자구도 모두에서 경쟁자인 문제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에 큰 격차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특기할 부분은 반 총장의 ‘이미지’가 “대선 발언 전보다 싫어졌다”는 응답이 26.8%로, “좋아졌다”는 답변(19.2%)보다 높은 부분이다. 반 총장의 방한행보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같다”는 응답은 50.9%인 것에 비춰볼 때 비호감도가 상승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20대와 30대 젊은 연령층에서 “싫어졌다”는 응답이 “좋아졌다”는 응답에 크게 높았다.

반 총장의 방한 이벤트 효과가 작용하면서 TK를 중심으로 한 여권지지층을 결집, 대선지지율 1위에 등극했지만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 총장의 비전이 과거회귀적인 ‘TK-충청연합’에 의존한다는 이미지가 고착될 경우 반 총장 지지세력의 폭이 좁아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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