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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 칼럼] 북한 당대회 이후 한반도: 선핵보유와 선핵폐기의 치킨게임
상생과통일 포럼 조회수:1403
2016-06-07 18:07:00

 

                                                                    김근식(경남대 교수, 정치학)

 36년만의 당대회를 마친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과 70일 전투에 이은 200일 전투를 개시함으로써 제재국면에서 자신의 생존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군사적 억지력 강화를 한편으로 지속하면서 내부예비 동원을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리수용의 전격 방중은 북중관계 회복을 통해 대외적 생존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김영철의 쿠바 방문과 최태복의 베트남 라오슨 방문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대내적 결속과 대비에 이어 대외적 관계 정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유례없는 강력한 대북제재에 북한 나름의 대처방식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전략적인 자구책 마련과 별도로 남북관계는 악화된 상황이 이제 덤덤할 정도로 일상화되어 버렸다.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를 맞교환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군사회담을 비롯한 어떤 형식의 대화도 초지일관 거부하고 있다. 청와대 분위기는 대화라는 말조차도 꺼내기 힘든 모양이다. 남측의 제재국면과 북측의 생존국면이 맞부딪치면서 남북은 도저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남북의 평행선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양측의 핵전략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북은 당대회 총화보고와 결정서를 통해 핵보유국을 공식화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명확히 했다. ‘선핵보유’를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기존의 핵전략이 대미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거나 한반도 비핵화를 공언하는 등 핵을 포기할 수 있음을 전제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던 것이라면 이제 당대회 이후 북한의 핵전략은 핵포기가 협상의 전제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과거의 전략이 ‘선협상, 후확산’이었다면 이젠 ‘선확산, 후협상’이고 우선 핵을 보유하고 우선 핵무기를 실전배치하고 우선 미사일 발사능력을 확보한다는 심산이다. 김정은 시대 북의 핵전략은 명백한 ‘선핵보유’인 셈이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북핵정책은 단호한 ‘선핵폐기’ 전략이다. 북이 핵포기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의 대화도 필요없다는 생각이다. 북이 핵포기를 결심할 때까지 일관되게 제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고 제재국면에서 대화나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거론하고 미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평화체제 논의나 북이 연일 제안하고 있는 군사회담에서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핵포기 전까지는 협상과 대화 거부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자체도 포기한다는 일관된 제재 전략인 셈이다. 평화체제 논의를 주문하고 있는 중국에게 미국이 절대 다가서지 못하도록 한국이 나서서 방벽을 쌓고 있다. 리수용과 시진핑의 면담에 맞추어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대화가 아닌 제재국면임을 한 목소리로 내놓았다.

 선핵보유와 선핵폐기가 충돌하는 지금 한반도에서 핵문제가 해결되는 방법은 그래서 거칠게 두가지 경우밖에 없다. 남측의 선핵폐기를 위한 제재가 작동해서 북이 굴복하거나 붕괴되는 방식으로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첫 번째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제재로 인해 김정은이 무릎꿇고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북이 지속적으로 핵무기고를 늘리고 SLBM과 ICBM까지 능력을 확보하게 되면서 시간이 계속 흘러가는 경우이다. 이 경우 남측의 선핵폐기는 완전실패하게 되고 북한은 시일이 지날수록 핵능력이 증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선핵보유와 선핵폐기는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남북의 치킨게임 양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둘 사이의 치킨게임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북핵문제의 악화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의 선핵보유가 당장 돌이킬 수 없는 조선로동당의 총노선이라면 현실의 북핵문제를 관리하고 상황 악화를 막고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전략적 지혜는 선핵폐기라는 원칙과 고집만으로는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의 선핵폐기라는 원론적이고 단호한 원칙적 입장 천명만으로는 지금 당장 북핵문제를 완화시키거나 해결하기 어렵다. 선핵폐기에 따른 일관된 제재국면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은 항상 병행해서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외교라는 것은 항상 차선을 대비해야 한다. 최대목표에만 올인한채 출구없는 제재에 몰두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고집이 아닌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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